유홍준 교수님의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그동안 나는 여행을 단순히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라 여겼다. 현장에서만 감각으로 받아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영철 작가님의 『티베, 티베트』를 접하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얕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같은 장소라도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의 시선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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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뛰어넘는 티벳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인문서
겉으로는 여행기지만, 실제로는 티벳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깊이 있는 인문서에 가깝다. 책에는 꾸밈없는 사진과 함께 지역별 이야기, 지명의 기원, 그리고 티벳인들의 고단하고도 끈질긴 역사가 담겨 있다.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고원에서, 외지인이라면 고산병에 시달릴 만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이어져 내려오는 그들의 삶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숭고함을 보여준다.
티벳은 우리와 비슷한 아픔을 함께하고 있었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티벳인들이 처한 현실이다. 주권을 잃고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마저 인도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겹쳐지며 묘한 공감과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족은 그 땅에서 여전히 문화를 잇고 있었다. 온몸을 땅에 엎드려 한 걸음씩 나아가는 오체투지의 장면은 사진으로만 보아도 경이롭고 숙연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신비로운 풍습이 아니라, 삶의 간절한 소망과 믿음이 응축된 행위라는 사실이 마음 깊이 다가온다.
언젠간 카일라스 코라 앞에 서있을 나
책장을 덮으며 나는 ‘달라이라마, 오체투지, 영화의 배경’ 정도로만 알고 있던 티벳에 대해 조금은 선명한 그림을 가지게 되었다. 작가의 꼼꼼한 여정 덕분에 막연한 이미지가 구체적인 역사와 문화로 다가온 것이다. 이제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티벳, 정확히 말하면 시짱자치구가 들어섰다.
『티베, 티베트』는 단순히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만 필요한 책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한 민족의 삶과 고난, 그리고 꿋꿋한 정신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준다. 이 책과 함께라면 티벳을 향한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삶을 깊이 체험하는 충만한 여정이 될 것이다.
" 본 서평은 미다스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도서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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