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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영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도서 서평-디스토피아적 작가의 시선과 그 속에서 찾는 행복

by 무어야! 2025. 8. 28.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단순히 미래 사회를 그려낸 SF 단편집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삶과 감정, 그리고 사회적 구조에 어떤 파문을 남길지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었다. 책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기술의 빛나는 진보가 과연 우리에게 행복만을 가져다주는지, 아니면 또 다른 차별과 결핍을 만들어내는지를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작가: 김초엽

출판사: 허블

출판일: 2019.6.24

정가: 17,000원

장르: SF소설

요약: 기술의 발달에 따른 디스토피아적 작가의 시선과 그 속에서 찾는 행복

 

#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첫 번째 단편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완벽한 인간과 결함 있는 인간의 대비를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이 반드시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결핍 없는 곳에서는 사랑조차 피어나지 않는다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준다. 행복이란 완벽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함께 견뎌내고 보듬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남는다.

 

#2. 스펙트럼

「스펙트럼」에서 만난 외계 생명체 루이는 과학기술에 몰두해 진짜 삶을 놓치고 있는 우리에게 반성의 시간을 던져준다. 빠름과 효율을 쫓는 사회 속에서 오롯이 상대를 바라보고 교감하는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3. 공생가설

「공생가설」은 어린아이의 뇌에서 발견되는 철학적 사유 능력을 통해, 우리가 성장하면서 점점 인간다움을 상실하는 과정을 은유한다. 어쩌면 성장이란 인간성을 잃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씁쓸한 자각을 하게 만든다.

 

#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경제 논리에 따라 도태되는 분야와 존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그려낸다. 기술의 발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도 우리가 끝내 지켜내야 할 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5. 감정의 물성

「감정의 물성」은 감정조차 물건처럼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통해, 물질 만능주의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춘다. 기쁨뿐 아니라 슬픔과 외로움마저 통제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결국 자기 자신마저 상품화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겹쳐진다.

 

#6. 관내분실

「관내분실」은 죽은 이를 데이터로 복원하는 기술을 통해 그리움과 놓아줌 사이의 갈등을 그린다. 생전 다하지 못한 감정을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지만, 결국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 작품은 ‘그리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긴 여운 속에 남긴다.

 

#7.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소수자의 삶을 다룬다. 사회적 편견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소수자의 고단한 현실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도 다르지 않다.

 

 

이 책은 SF라는 장르를 빌려왔지만, 사실은 우리 시대의 사회적 고민과 인간적 갈망을 담아낸 작품집이다. 과학기술이 인간을 어디로 데려갈지에 대한 상상과 동시에, 그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인간성의 본질을 환기시킨다. 책장을 덮고 나면, 기술이 아니라 결국 인간과 사랑,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태도가 세상을 더 빛나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삶의 문제를 비추는 거울이었다고 생각한다. SF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인간과 사회, 그리고 행복의 본질을 고민하고 싶은 이들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