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아버지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정지아 작가 본인의 이야기입니다.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평범할 수 없었던 자신의 인생과 아버지에 대한 이해와 용서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서로가 얼마나 모르고 살았는지, 아버지의 죽음을 통한 장례식에서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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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서의 모든 순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자신의 부고를 듣고는 헤쳐 모여를 하듯 모여들어 거대하고도 뚜렷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작품은 화자의 시점으로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며 그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되짚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오랫동안 사회주의를 지향하며 살아온 아버지는 가족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비로소 아버지의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유품들과 아버지를 찾아온 조문객들을 통해 듣는 아버지의 삶들은 그동안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에 마음에 조금씩 다가서게 합니다. 

 

 장례식이라는 공간은 죽은 자의 삶을 마무리 하는 공간입니다. 그동안 고인과 함께한 수많은 사람들이 고인과의 추억들을 회고하며 기리는 곳이기에, 그가 살아온 삶이 한 공간에 모이는 곳이겠습니다. 장례식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고인의 삶을 한 곳에 모아놓는 곳. 그리고 나의 장례식장에는 어떤 사람들이 찾아올지 내 삶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역사와 개인, 가족의 교차점

 

 이 소설은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과도 깊게 연관이 있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의 해방운동, 분단, 시대적 이념 갈등은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아버지라는 인물의 삶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버지로서의 삶과 사회주의자로서의 삶. 그 속에서 가족들이 감당해야 했던 것들. 이것은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이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줍니다. 이 질문은 소설속의 아버지 뿐만 아니라 우리내 사회속의 수많은 가장들의 고뇌와도 같습니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주인공은 결국 아버지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뒤늦게 온 마음으로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가 남긴 상처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삶에 담긴 신념과 고뇌를 비로소 받아들이게 됩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찌보면 사랑의 다른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세대간, 집단간의 갈등 해결의 시작은 여기에 있지않나 싶습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가족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본 사람들, 특히 부모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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