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에 대해 묻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Why Fish Don't Exist)...   물고기는 왜 존재하지 않다는 것일까... 많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책의 제목이다. 책에 대한 정보가 하나 없이 책을 마주친 첫 인상은 과학 인문서인가... 싶었다. 하지만 책장을 펴자 과학인문서를 위장한 철학 소설에 가까웠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의 삶을 살펴보면서  존재의 이유에 대해 강하게 생각해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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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존인물 데이비드 스타 조던

 

  저자는 실존 인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따라가며 삶의 가르침,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는 스태포드 대학의 창립 총장으로 평생 어류학자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었다. 그의 연구 분야에 있어서는 열정, 그가 남긴 업적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 모두 인정받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인종 퇴화'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하며 우생학의 강력한 지지자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우생학에 대한 주장은 평생 어류를 연구하던 뚝심 만큼이나 굳건했는데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반대하는 인류애적인 주장을 한 이유가 전쟁으로 인해 유전자 풀의 가장 우수한 구성원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는 것은 보면 알 수 있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그의 과학적 업적만을 본 채 우생학 지지자라는 다른 단면에 대해 눈감아 왔지만 저자는 그의 이면을 들추어 내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분류학자로써 데이비드 스타 조던

 자신이 평생 몸바쳐온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분류학자로써 어류의 표본들을 수집하며 자료를 만들어오던 조던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지진으로 인해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수집하고 이름을 붙여주던 수많은 표본들이 하루아침에 뒤섞이거나 깨진것이다. 이때의 조던은? 주저없이 다시 자신의 연구를 이어간다. 오히려 똑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위해 더욱 정교한 방법을 고안하면서 좌절하지 않는다. 좌절적인 상황속에서 그를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자기 기만'일 것이라 한다. 약간의 자기 기만은 좌절을 극복하는데,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오히려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사람들은 병적인 우울감에 시달리기 쉽다. 이들은 살아가는 일을 힘들어 하고 좌절은 겪은 뒤에 회복이 어렵고, 일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기에 약간의 '자기 기만'은 '긍정적 착각'이라 할 수가 있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긍정적 착각을 하는 것! 이를 '스토리 에디팅'이라 한다. 이런 스토리 에디팅은 조건과 같이 좌절적인 상황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을 주어 인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우리들은 이를 '근자감'이라고도 일상생활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근자감이라고 칭하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 그들은 분명 삶을 좀 더 즐겁고,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그들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해석하며 긍정적 기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생의 성공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데 이런 능력을 '그릿(Grit)'이라는 용어로 굉장히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소개하고 있다. 끈질긴 투지라고도 하는 그릿은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미래의 목표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어서 더 노력할 수 있게 동기부여가 되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북돋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을 우월한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지 자신을 우월한 존재로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 판단이지 타인의 평가로 우월함을 느끼려는 것은 오히려 삶이 불행해 질 수 있다. 이 점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약간의 긍정적 착각이라는 점이다. 참 애매모호한 표현이지만 이 약간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뭐든 선을 넘으면 탈이 나는 법이니까...  조던 역시 이 선을 넘어 우생학의 지지자가 되어버리지 않았을까....

 

 

자연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경계가 없고 더 풍요로운, 아무런 기준선도 그어지지 않는 곳

 어쩌면 조던이 시도하려 했던 일 자체가 거대한 자연을 인간이라는 우월감에 파묻혀 인간의 손아귀에 넣을려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위에서 말했듯이 약간의 긍정적 착각은 자신에게 좋은 추진체가 되어주지만 이 약간이라는 선을 넘는 순간 우월감에 사로잡혀 오만한 판단과 행동이 이어질 수 있다. 우월감에 파묻혀 다양성의 존재를 단어 한두개로 덮어버리고 지위를 매기려는 그의 시도는 우리 인간에게도 똑같은 우를 범하게 된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어류라는 분류 자체도 그 속에 담겨있는 수많은 미묘한 차이들을 가지고 있는 물고기들을 하나의 단어에 몰아넣어버린 것이다. 우월감에 사로잡혀 생물의 다양성, 존재 하나 하나가 갖는 존재의 의미에 대해 쉽게 지나쳐 버리게 되는 조던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월감에 파묻혀 다양성의 존재를 덮어버리려는 이 세상의 불류학자들..  현대판 우생학자들이 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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